
사랑은 누구나 알고 있는 단어지만, 정작 그것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 사랑은 가족이 차려준 한 끼 식사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힘든 시기에 건네받은 짧은 응원의 말일 수 있다. 누군가는 자연 속에서 평온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친구와 나눈 추억 속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각자가 품고 있는 사랑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현직 초등교사이자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밑가지 작가(본명 동내화)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사람들은 언제 사랑을 느끼는지, 그리고 그 경험을 함께 나눈다면 어떤 기록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결과물이 『사랑합니다 프로젝트 Ⅰ』이다.
이 책은 작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일반적인 그림책과는 결이 다르다. 유치원생부터 70대까지 총 262명의 참여자가 직접 그림과 글을 보내왔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이 완성됐다. 저자는 밑가지 작가이지만, 책 속에는 수백 명의 삶과 기억이 함께 담겨 있다.
참여자들의 구성도 눈에 띈다. 국내에서는 김해와 창원, 진해, 제주, 전북, 인천, 서울, 천안 등 여러 지역에서 사연이 모였다. 해외에서도 중국,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일본 홋카이도와 치바현에 거주하는 참가자들은 직접 우편으로 그림을 보내왔고, 일부 참여자는 번역과 제작 과정에도 힘을 보탰다.
프로젝트는 작품을 수집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모인 콘텐츠는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6개 언어로 번역됐다. 이후 그림책과 영상 콘텐츠로 제작돼 서로 다른 언어권의 사람들이 함께 읽고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특별한 사건보다 일상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한 시간, 친구와 나눈 우정, 부부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 반려동물과의 교감, 자연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 평화를 바라는 소망 등 삶 속에서 경험한 다양한 순간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문화와 국적이 달라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비슷한 정서를 남긴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내온 작품을 살펴보면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아끼며, 타인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밑가지 작가는 오랫동안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며 관계와 공감의 중요성을 고민해 왔다. 그의 필명인 ‘밑가지’ 역시 어린 가지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래에서 받쳐주는 나무의 일부를 의미한다. 자신 또한 누군가의 성장을 응원하고 힘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다.
그는 지금까지 『사랑이의 하모니카』, 『고맙습니다 세상을 응원하는 한 마디』, 『스물다섯 살의 나에게』, 『사랑합니다 프로젝트 Ⅱ』 등을 출간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응원, 감사의 마음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수백 명의 참여자가 함께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전 작업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출판 이후의 운영 방식에도 프로젝트의 취지가 담겨 있다. 밑가지 작가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전자책과 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또한 종이책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인세 수익금은 세금을 제외한 뒤 국제 의료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에 기부할 예정이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독자 참여형 콘텐츠와 공동 창작 프로젝트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사랑합니다 프로젝트 Ⅰ』는 그 흐름 속에서 사람들의 경험 자체를 기록의 대상으로 삼았다. 유명인이나 전문가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며 마주한 사랑의 순간들을 모아 하나의 결과물로 엮어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밑가지 작가는 “사람들이 경험한 사랑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참여자들이 보내준 그림과 글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62명이 보내온 그림과 글은 각자의 삶을 담고 있지만, 책 속에서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다. 『사랑합니다 프로젝트 Ⅰ』는 사랑을 정의하려 하기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랑의 장면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을 통해 독자들에게 한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결국 비슷한 마음을 품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