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지도자의 관 앞에서 나라가 무엇을 외치는가는, 그 나라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말해준다. 오는 주말 이란은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를 치른다. 그런데 애도의 언어 위로 낯선 단어 하나가 겹쳐진다. 복수다. 협상 대표단의 일원이기도 한 이란 국회의장 무함마드 바게르 칼리바프는 광장을 가득 메우라 호소하며 "복수의 함성이 온 세계의 귓가에 울려야 한다"고 외쳤다. 슬픔과 분노가 한 몸이 된 이 장례는, 과연 애도의 자리인가, 결의의 무대인가.
장례 뒤로 미뤄진 협상 테이블
미국과 이란 사이의 다음 간접 협상은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절차가 끝난 뒤에 재개된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중재로 지난 수요일 도하에서 열린 별도 회담에서 양측은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와 관련해 긍정적 진전을 이뤘고, 논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파키스탄 측은 다음 회담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 이후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잡힐 것이라 밝혔다. 협상의 시계가 잠시 멈춘 자리에, 장례라는 국가적 의식이 먼저 놓인 셈이다.
엿새에 걸친 국가 장례의 여정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첫날 공습으로 사망했다. 전쟁의 혼란으로 미뤄졌던 그의 장례가 이제야 치러진다. 대중이 참여하는 공식 장례는 토요일 시작되며, 이튿날에는 각국 정상과 고위 인사,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국제 추모식이 예정돼 있다. 장례 행렬은 테헤란에서 출발해 이란과 이라크의 주요 성지를 거치는 엿새간의 대장정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날인 7월 9일, 그의 유해는 고향인 마슈하드의 이맘 리자 성지에 안장된다. 시아파 이슬람의 심장부를 잇는 이 여정은, 이란이 이번 장례에 부여한 상징적 무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애도의 광장에 새겨진 복수의 언어
논란의 중심에는 칼리바프의 호소가 있다. 협상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 동시에 복수를 외친다는 사실은, 이란이 처한 이중의 처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그는 발표한 성명에서 토요일 장례에 국민이 대거 참여할 것을 촉구하며, 대중의 결집 자체를 사망한 지도자에 대한 복수의 표현으로 규정했다. "국민의 복수를 향한 부름이 온 세계의 귀에 메아리쳐야 한다"는 그의 말은, 애도를 넘어 정치적 결의의 선언에 가깝다. 한 손으로는 협상 테이블의 펜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복수의 깃발을 드는 형국이다. 이 긴장은 이란 지도부가 대미 외교와 강경 여론 사이에서 얼마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란은 지금 애도의 광장에서 복수를 외치면서도, 협상의 테이블에서는 평화의 길을 더듬는다. 슬픔을 결의로 바꾸려는 이 거대한 의식이 끝나고 나면, 도하의 대화는 다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복수의 언어로 채워진 광장의 기억이, 협상장의 공기를 어떻게 물들일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애도의 눈물과 복수의 외침이 뒤엉킨 이 자리에서, 이란은 과연 어떤 미래를 향해 첫발을 내디딜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