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전자상가? MZ에겐 '대체불가 아지트'
[인천=우휘 기자] 1998년 문을 연 강변 테크노마트는 한때 대한민국 ‘전자 메카’의 정점이자, 영화관과 쇼핑몰이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의 시초였다. 주말이면 최신 기기를 구하려는 인파와 영화를 보러 온 청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이곳은,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과 유통 트렌드의 변화로 오랜 쇠퇴기를 겪었다. 상가 곳곳에 들어선 공실과 적막감은 한동안 상권 몰락의 증거로만 읽혔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인 지금, 이 쇠퇴한 전자상가가 기묘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활기를 이끄는 것은 그 시절의 전성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내외 MZ세대다.

화려했던 전성기와 긴 쇠퇴의 늪
강변 테크노마트의 과거는 화려했다. 조립 PC를 맞추기 위해 견적서를 비교하던 청년들, 최신 테크 기기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던 메카로서의 위상은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소비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전자상가의 집객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상인들이 떠난 자리는 빈 매장으로 남았고, 화려했던 조명은 점차 어두워졌다.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테크노마트는 시대에 뒤처진 유물이 되는 듯했다.
홍대·성수 대신 찾는 '내수형 소도시'가 되다
최근 테크노마트를 채우는 발걸음은 한국인 청년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온 외국인 MZ세대 관광객들의 유입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은 명동이나 고궁 같은 대표적인 필수 관광 코스를 이미 경험해 본 이들로, 남들과 똑같은 여행지 대신 자신들만의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숨은 명소를 직접 검색해 찾아오는 영리한 여행자들이다.
마치 한국인 관광객들이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를 넘어 일본의 한적한 지방 소도시를 개척해 나가는 것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테크노마트는 홍대나 성수동처럼 인위적으로 기획된 핫플레이스가 아닌, 한국의 가공되지 않은 일상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소도시' 같은 장소로 소비되고 있다.
공실이 준 해방감, Y2K와 아날로그의 이색 체험지
이처럼 국내외 젊은 층이 동시에 반응하는 이유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부는 Y2K(2000년대 전후)와 세기말 감성의 유행과 닿아 있다. 1990년대 말 특유의 사이버틱하면서도 투박한 인테리어, 세월의 흔적이 묻은 에스컬레이터와 안내판은 세련된 멀티플렉스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세대에게 완벽한 '아날로그 아지트'로 다가온다.
특히 과거라면 '상권 침체'로만 해석됐을 상가의 높은 공실률이 오히려 이들에게는 독보적인 매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빽빽한 상업 시설 대신 군데군데 비어 있는 넓은 공간이 주는 특유의 여백과 적막감이, 복잡한 도심 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묘한 해방감과 세기말적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이곳을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과거의 궤적을 탐험하는 '이색 체험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매매에서 '경험'으로, 멈춰진 시간이 선사하는 가치
이제 요즘 세대에게 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장소가 아니다. 오프라인 전자상가로서 물건을 대량으로 유통하던 시대는 저물었을지 몰라도, 그 시절의 공기, 투박한 질감, 그리고 적막함이 주는 정서까지 소비하는 이들에게 강변 테크노마트는 하나의 거대한 아날로그 박물관과 같다.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상가가 상품 매매가 아닌 '경험'의 공간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과거의 잣대로 보면 텅 빈 복도와 멈춰 선 매장은 명백한 쇠퇴의 징후다. 하지만 속도와 효율만이 미덕이 된 시대에, 강변 테크노마트의 멈춰진 시간은 역설적이게도 청년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해방감을 선사하고 있다. 화려했던 전성기는 지났을지언정, 이곳은 지금 그 시절을 모르는 세대에 의해 가장 뜨거운 '세기말 유토피아'로 다시 기록되는 중이다.
AI부동산경제신문 | 편집부
우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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